다시 돌아오는 12월 25일을 기다리며 한해를 돌아본다.
직업? 원상복귀하여 백수. 연애? 원상복귀할 것도 없음.
차라리 올해 내가 읽고 본 것 중 가장 좋았던 것을 돌이켜보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
이름하여 워니어워드 2010.
나의 삭막한 현실에 작은 오아시스요, 꿀과자였던 여러가지를 꼽아서 마음의 상을 주려고 한다.
우선 "도서부문"
두두두두두두..................
Anderson Cooper, "Dispatches From the edge"
한때 이 분에게 빠져 이해도 안 가는 30분짜리 뉴스를 매일 들었다. 그 사이에 수많은 소식들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티 대지진 취재시의 모습이었다. 행동하는 언론인이라는 말은 익히 들어왔지만 뉴스로 직접 확인한 것은 처음이었다.
과연 어떤 사람일까....? 때마침 그의 자전적인 에세이 모음인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어느 추운 날 책방에 들러 남은 한 권을 바로 구매했다. 특파원 시절에 겪은 내용과 함께 어린시절의 비극적인 가족사,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까지... 외국인이 보기에도 참으로 명료한 단어에 그 내용을 잘 담아내었다.
올 초에 읽은 것을 지금 다시 펼쳐보니 접히고 밑줄 친 자국이 꽤 보이는 것으로 보아,그 당시 꽤 이해하려고 애썼던 모양이다.
분명한 것은 언론인으로서 중립의 선을 지키는 동시에 휴머니즘을 실천하는 그의 모습에 많이 감동 받았다는 것.
두번째.
두두두두두두두.................
칼 세이건, "코스모스"

제목에 쓴 것처럼, 그림에 나온 것처럼, 이 책은 아직 원서로 도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번역서 자체도 상당히 훌륭하기에 내 어워드 리스트에 넣었다. 사실 이 책의 내용과 여기에서 받은 나의 감동은 이런 조촐한 블로그에 올리기가 무척 어렵다.
늘 궁금해 오던 우주의 기원과 모습, 나아가 인간으로서 책임져야 할 우주 개척과 보호까지 매우 쉬운 문장으로 풀어내었다. 뿐만 아니라 과학의 역사와 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저자의 의문과 아쉬움이 상당히 인상깊게 다가온다. 우리가 그동안 받들어 오던 사상적 이데올로기에 갇혀 수백년 이상 늦춰진 과학의 진보에 함께 가슴 아파하고, 케플러가 종교의 이념을 넘어서 발견한 행성의 움직임, 그리고 이를 통해 엄청난 법칙을 정리한 뉴턴과 아인슈타인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게 된다. 과연 이들의 후손인 우리에게 이런 혁명적 과학 패러다임이 과연 탄생할 것인가.
칼 세이건, 이 분은 자신의 글을 통해서 수많은 이들이 과학을 재미있어 하길 바라고, 이들 중 어느 누군가가 또 다른 훌륭한 발견과 발전을 기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만큼 쉬운 글 안에 훌륭한 내용이 들어있는 아주아주 멋진 책이다.
세번째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우라사와 나오키, "Monster"

이거슨 정말 '굉장한' 만화다.
어느날 미용실 언니에게 '내 안의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알게 된 만화.
조리 있는 이야기 짜임새는 물론 극적인 전개, 그리고 익숙한 그림체 뒤에 숨어있는 심오한 철학까지..내가 바라는 만화로서 갖추어야할 요소는 모두 갖추었다.
처음으로 한 번 읽어본 독자의 입장에서... 사실 작가가 표현하려고 했던 주제는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이해한 선에서 돌이켜 보면, 인간의 생존본능 'eros' 와 죽음본능 'thanatus'의 대립을 Dr. 텐마와 요한의 구도로 그 극단을 보여주는듯 하다. 이들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과 이야기가 바로 우리 이야기가 과장되어 나타난 것이 아닌지... 그러나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괴물'은 인간의 내면을 떠나 더 다양한 범주에서도 해석이 가능한 것이기에, 다시 한 번 읽고 생각해볼 만한 작품이다.
이 외에도 내 이마를 치게 하는 훌륭한 책들을 꽤 발견했다. (물론 많이는 읽지 못했지만)
작년에 끔찍한 레이스를 펼치느라 놓쳤던 아름다운 책들을 올해라도 발견하여 얼마나 다행인지...
사람이던, 책이던 갈구하면 갈구할 수록 끝이 없지만......... 나에게 책이라는 것은 갈구하면 할 수록 무엇인가 풍성하게 안겨주는 보배와 같은 것이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도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