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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pectives/movies2009/03/22 20:50






억지로 교육과정 파트를 읽다가 11시를 넘겼을 무렵 책을 닫아버렸다.
이제부터는 마음 속으로 약속해 둔 "황금"같은 휴일이다.
마침 ebs에서는 세계명화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고기들'을 방영하고 있었다.
침실로 향하는 부모님께 바이바이를 하고 혼자 앉아 보기 시작했다.



처음 이 영화를 본 것은 꽤 오래 전, 대학로의 한 영화관이었던 것 같다. 누구와 함께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혼자 보러 갔었는 지도 모른다. 보고난 후, 참 좋은 영화인 것 같아 디비디도 하나 사두었다. 그리고 몇 번씩 보았는데 어제로써 몇 번째인지 세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 소감은 어느때와는 분명 조금 달랐다. 



밖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따뜻한 가로등 색깔이 창문으로 번지고 있었고 내 몸에는 따뜻한 담요가 둘둘...발 밑으로는 털부숭이가 된 두리가 잠들어있다. 브라운관으로부터 온갖 따스함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츠네오의 독백으로 시작된 첫 장면부터 마음 한 구석이 벌써 저릿저릿해지는 느낌이었다.  

영화는 조용히 흘러가고 배우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유난히도 눈에 들어왔다. 이제야 스토리보드에 익숙해져 그동안 지나쳐갔던 것이 들어오나보다.
조제와 츠네오 위로 흘러가는 시간과 변화해 가는 미묘한 감정 사이로 사강의 "한 달 후, 일 년 후"의 구절이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조제의 독백... 외롭지만 그것이 진실이고, 진실이기에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 날따라 영화가 더욱 다가오는 이유는 나의 생활과 영화가 더이상 평행선을 달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한 순간순간이 기억 속에 묻혀진 추억 하나하나를 건져올리고 있었다. 츠네오의 얼굴에 그의 얼굴을 겹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조제의 아이러니한 표정과 말투를 이해 못할 것도 없었다.
영화가 마침표를 찍을 즈음에 나는 나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그렇게 도망쳤던 것일까?"


다행히도 조제는 웃으며 시장을 보기 시작했다.
깊은 바다에서 홀로 굴러다니는 조개껍데기일지라도 본래부터 그런 존재였기에 슬플 것도 좋을 것도 없다는 것.
나는 그렇게 츠네오와 조제에게 나의 모습을 번갈아 투사해 가며 감상하고 있었다.




뜨뜻해진 눈가와 가슴, 
그들의 모습으로부터 슬프기보다는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아픈 상처에 말 없이 연고를 발라주는 친구 같이... .나도 말 없이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Liszt: Consolation No.3 in D Flat major - Daniel Pol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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